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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아님 돌이었던가?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만들어내는가? 너.. 2022. 5. 10.
불국사 산책 왼쪽에 불이문 옆 매표소와 오른쪽 일주문 옆 매표소가 있다. 일주문 매표소를 통해 들어가 본다. 불국사는 신라인이 그리던 불국(佛國), 이상적인 피안의 세계를 옮겨놓은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사찰일 것이다. 늘 인산인해를 이루는 데, 사진을 가급적 사람을 피해 찍으려고 했지만 일부 뒷모습이나 옆모습이 안 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입구에서 들어서면 반야연지가 바로 보인다. 물이 맑아 투명하기 이를 데 없다. 천왕문 사천왕상이 불법을 지키고 있다. 불국사 내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경주는 신라시대의 온갖 보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불국사 경내에는 여기저기 산책길이 많다. 청년기에 여기 청운교와 백운교를 보고는 더할 나위없이 감탄한 적이 있다. 눈이 어린.. 2022. 5. 5.
진부한 운율 속에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진부한 운율 속에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이것은 커다란 기쁨. 한 송이 꽃 옆에 탐스러운 또 하나의 꽃 한 송이, ​ 맑은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가지, ​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내일이 수요일이고, ​ 틀림없이 네가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는 사실. ​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서둘러 봉투를 뜯는 동작, ​ 아, 태양의 뜨거운 흑점 아래서 편지를 펼쳐 보는 건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그날까지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는 것, ​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자 이제 겨우 나흘 남았네, ​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여행 가방을 꾸리고 마침내 뚜껑을 닫았다는 사실, ​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오후 7시발 기차표 한장, ​ 매표소 직원에게 건네는.. 2022. 5. 3.
포항 철길숲 그린웨이 포항 우창동로 고개너머 마장지(창포지) 옆의 옹벽과 포장이 된 도로. 작은 흔적도 지역의 역사를 알려주는 장소가 된다. 이 옹벽 앞의 도로는 처음에는 철도 궤도를 위해 건설되었다. 옹벽이 앞의 작은 도로는 일제 강점기때 1927~1938년도 동해중부선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만들어 진 길이다. 부산에서 원산으로 올라가는 철길을 조성하려던 계획은 일본의 패전으로 궤도부설을 하지 못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남겨져 있다. 결국 철로는 현재의 북구 우창동로까지만 건설되었다. 이곳이 옛적에는 말을 방목해 기르던 장소(마장)이다. 지금은 마장지(창포지)라는 연못 주위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요즈음은 각 지자체가 각자의 지역에 도시재생사업을 벌이고 있다. 도심 속의 숲은 먹고 살기에도 힘든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2022.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