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에서 가볼 만 한 곳1 익산 미륵사지 석탑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沙)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蜀)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 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世事에 시달려도 번뇌( 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은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 인냥 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 1920-1968년. 경북 영양 2023. 4.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