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沙)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蜀)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 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世事에 시달려도
번뇌( 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은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 인냥 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 1920-1968년. 경북 영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