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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발굴 어떤 발굴 - 최경선 이십여 년 된 생활의 봉분을 연다 서른 평 이삿짐을 정리하는 날 서랍이며 장롱 주방에 순장되어 있던 유물들이 부스스 눈을 비빈다 낡은 앨범 속에서 출토되는 아이들 웃음소리 양 갈래 미키마우스 머리를 한 큰 애는 스마일 풍선을 들고 서 있고 청재킷 입은 둘째는 봉황대 고분에서 유치를 드러내며 손을 흔든다 장롱 속 베이지 프렌치코트가 쉰이 넘은 나를 다시 입어 본다 초등학교 첫 동기회였던가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은 어디에서 두터운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지 베란다 창고 구석에서 헬로우키티 카셋트가 녹슨 테이프를 켠다 금방이라도 빅뱅의 '하루하루'가 흘러나올 것 같다 선반에서 붉은 장미가 새겨진 본차이나 찻잔이 서로 마주보며 .. 2026. 10. 25.
감곡 매괴성모성당의 여름 감곡본당은 1896년 설립되었다. 초대 본당 임가밀로 신부는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여주 부엉골에 부임하게 된다. 본당 이전을 생각하던 중 장호원에서 산밑에 대궐 같은 집을 보고 이곳이 본당 사목지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 즉시 임가밀로 신부는 부엉골로 돌아가서 매괴 성모님께 끊임없이 청하였다. 그 대궐 같은 집은 명성황후의 육촌 오빠인 민응식의 집이었고 1882년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피신한 곳이기도 하다. 1896년 5월 성모성월에 그 모든 집터와 산을 매입, 매괴성월인 10월 7일 본당을 설립하였다. 2026. 9. 2.
백남준의 데카르트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은 우리나라 단색화를 대표하는 거장들이다. 단색화가이면서도 그들의 기법은 서로 다르다. 그들의 기법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단색으로 내가 흉내내어 본 작품이다.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는 젖은 한지 위에 연필이나 막ㄱㄱ대기로 반복적인 선을 긋거나 긁어내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데, 나는 캔버스에 반복해서 칠을 하는 형식을 취했다. 단색화는 글씨를 쓰듯 반복하는 행위 자체가 작품의 핵심인데, 결과물보다 과정과 수행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겼다.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색을 반복적으로 칠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으로 보이는 작품은 이우환 작가의 '관계'이다. 백남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이자 전위음악.. 2026. 8. 15.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1939.서울 용산.견딜 수 없네.섬.광휘의 속삭임. 2026.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