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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고 싶을 때

진부한 운율 속에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by marrige 2022. 5. 3.

포항시 우창동로 일대
구 경주역

 

진부한 운율 속에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이것은 커다란 기쁨. 한 송이 꽃 옆에 탐스러운 또 하나의 꽃 한 송이,

맑은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가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내일이 수요일이고,

틀림없이 네가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는 사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서둘러 봉투를 뜯는 동작,

아, 태양의 뜨거운 흑점 아래서 편지를 펼쳐 보는 건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그날까지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는 것,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자 이제 겨우 나흘 남았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여행 가방을 꾸리고

 

마침내 뚜껑을 닫았다는 사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오후 7시발 기차표 한장,

매표소 직원에게 건네는 "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차창 너머로

 

풍경이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날이 저물어 밤이 찾아들면

결국 우리가 함께하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내가 문을 열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문턱을 넘어서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한 송이 꽃 옆에 탐스러운 또 하나의 꽃 한 송이.

사랑하는 그녀가 내게 묻는다.

"당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비싼 꽃을 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