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고 싶을 때103 매화-한광구 매화 - 한광구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뭐라고 하시는지 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 이쪽 길인가요? 아직 추운 하늘문을 열면 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 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 하나가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이쪽 길이 맞나요? * 한광구(1944∼) - 섬진강변의 매화 2022. 1. 8. 움직임-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움직임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여기서 넌 이렇게 울고 있는데, 저기서 다들 춤추고 있다. 네 눈물 속에서 흔들리며 춤추고 있다. 저기서 신나게 즐기고 있다, 유쾌하기 짝이 없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거울의 반짝거림인 것 같기도 하고 촛불의 깜빰거림인 듯도 하다. 혹시 계단이나 회랑인가? 레이스 커프스, 아니면 우아한 손짓인가? 산소와 수소, 철없는 악동들. 염소와 나트륨, 말썽꾸러기들. 맵시 좋은 질소가 아치형 지붕 아래서 추락하고, 날아오르고, 빙글빙글 돌면서 화려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여기서 넌 울면서 그들을 위한 눈물의 선율을 연주하고 있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 가면무도회에 참가한 아름다운 여인, 그대는 누구인가? *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3번으로 '한밤의 작은 .. 2022. 1. 7. 메리 올리버-나는 바닷가로 내려가 나는 바닷가로 내려가 - 메리 올리버 아침에 바닷가에 내려가면 시간에 따라 파도가 밀려들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지, 내가 하는 말, 아, 비참해. 어쩌지- 나 어쩌면 좋아? 그러면 바다가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하는 말,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 외달도 등대 2022. 1. 7. 호랑이 호랑이 - 이재용 지난 밤에 보았다고 어머니는 말했지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겨울 밤하늘 아래 동굴을 뛰쳐나와 밤을 휘젓고 다니는 불빛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를 근육질의 몸 주황색의 털 사이 사이로 계곡의 물이 검게 흘러내리고 어둠을 헤치며 두 눈에 흘러나오는 안광 한 번 울기만 하면 산천을 떨게 할 압도적인 커다란 입을 벌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깨지 않았다고 말했지 우리가 숨죽이며 침묵할 때 어머니는 말했지 호랑이처럼 살 수 있다면 단 하루라도 호랑이처럼 살 수 있다면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저렇게 포효하며 살 수 있다면 동굴에서 뛰쳐나와 인간이 되지 않은 호랑이는 참 잘한 것이라며 지난 밤에 보았다고 어머니는 말했지 동굴을 뛰쳐나와 밤을 휘젓고 다니는 괴롭더라도, 힘들더라도, 홀로 .. 2022. 1. 5.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