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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고 싶을 때100

새 달력 첫날 깨끗하구나 얼려서 소독하는 겨울 산천 너무 크고 추웠던 어릴 적 예배당 같은 세상에 새 달력 첫날 오직 숙연하다 천지간 눈물나는 추위의 겨울 음악 울리느니 얼음물에 몸 담그어 일하는 겨울 나룻배와 수정 화살을 거슬러 오르는 겨울 등반대의 노래이리라 추운 날씨 모든 날에 추운 날씨 한평생에도 꿈꾸며 길가는 사람 나는 되고 지노니 불빛 있는 인가와 그곳에서 만날 친구들을 꿈꾸며 걷는 이 나는 되고 지노니 새 달력 첫날 이것 아니고는 살아내지 못할 사랑과 인내, 먼 소망의 서원을 시린 두 손으로 이 날에 바친다 ―김남조(1927∼) 포항시 앞바다의 2022년 1월 1일 일출 오전 7시 33분 2022. 1. 1.
시간에 대하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지난 1월의 미래는 가버렸다. 꽃이 피기도 전에 꽃은 저 버리고 가장 화려하다는 순간이 지나간 것도 모른 채 사랑은 끝나버리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은밀한 사랑의 아름다움은 다음에 더한 절정이 있을 줄 알았건만 지나가고 보니 그 순간이 절정이었어 불꽃처럼 타오르다가 태초의 그 생명 속으로 빨려 들어가 시간을 정지시켜 놓은 채 사랑하고 싶었어 재가 되도록 재가 되어 허공 속으로 날아가고 싶었어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12월에 가서 모든 것은 과거가 되어 버리고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는 데 모든 사랑은 끝나 버렸어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죽은 뒤에도 다시 타오르는 계절 또 다시 꽃피는 날이 봄이 돌아올지니 내 마음에 등불 하나 다시 켜져 다시 사.. 2021. 12. 30.
여행 혼자서 두 발로 여행할 때만큼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존재하고, 이렇게 살아 있고, 이렇게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다.... 나는 멈춰 있을 때는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 - 루소 2021. 12. 29.
연말에 던지는 언어 경험하고 나면 더 이상 그 이전의 내가 아니다. 인간은 어떤 시간과 어떤 공간을 지나가면 바뀌게 되어 있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에게만은 기억으로 남는 것들 기억을 파헤치면 과거로 돌아가서 그것을 고쳐놓고 현재로 돌아오고 싶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지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을 반복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이 영원한 것도 아니다. 지난 1년의 시간을 정지시켜 놓고 되돌아보면 성공의 기억보다는 후회와 아쉬움과 실수와 실패와 게으름으로 이루지 못한 일들이 수다하다. 아주 느리게 갈 것 같던 시간은 어느 새 1년을 통과하였고 눈 앞의 일상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지나가는 듯 하지만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들이 끝없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아.. 2021.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