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에서
채윤희/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약속의 땅은 그림 한 뼘
물가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쓰여 있다
따옴표 속 고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랜 세월 파랑은 고결함이었고 다른 대륙에 이르러 불온함이 되었다
존재하지 않던 한 끈 열릴 때
나, 아름다운 부채가 되기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
포항 영일만의 일출/ POSCO가 보인다.
- 시는 동아일보 1월 3일자에 실린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다가 옮겨 적어본 것임
제가 알지 못하는 젊은 시인(1995년 부산 출생. 명지대 문창과 출신)의 신춘문예 당선을 축하합니다.
"엄마! " 비명을 지르며 따뜻한 품을 끌어안았다. ...지금 새우가 문제인가. ...이 순간이 이 순간이-
그런 순간이 자주 오시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