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 이재용
지난 밤에 보았다고 어머니는 말했지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겨울 밤하늘 아래
동굴을 뛰쳐나와 밤을 휘젓고 다니는
불빛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를
근육질의 몸 주황색의 털 사이 사이로
계곡의 물이 검게 흘러내리고
어둠을 헤치며 두 눈에 흘러나오는 안광
한 번 울기만 하면 산천을 떨게 할
압도적인 커다란 입을 벌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깨지 않았다고 말했지
우리가 숨죽이며 침묵할 때 어머니는 말했지
호랑이처럼 살 수 있다면
단 하루라도 호랑이처럼 살 수 있다면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저렇게 포효하며 살 수 있다면
동굴에서 뛰쳐나와 인간이 되지 않은
호랑이는 참 잘한 것이라며
지난 밤에 보았다고 어머니는 말했지
동굴을 뛰쳐나와 밤을 휘젓고 다니는
괴롭더라도, 힘들더라도, 홀로 포효할 수 있는 호랑이
저게 사는 것이지, 저게 사는 것이지
문틈을 통하여 어머니는 무서운 밤에
호랑이를 닮고 싶어 하였지
'위로받고 싶을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움직임-비스와바 쉼보르스카 (0) | 2022.01.07 |
---|---|
메리 올리버-나는 바닷가로 내려가 (0) | 2022.01.07 |
호랑이-보르헤스 (0) | 2022.01.05 |
경유지에서-채윤희 (0) | 2022.01.03 |
세 가지를 기억해둬 (0) | 2022.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