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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고 싶을 때

호랑이

by marrige 2022. 1. 5.

호랑이

                             - 이재용

 

지난 밤에 보았다고 어머니는 말했지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겨울 밤하늘 아래

동굴을 뛰쳐나와 밤을 휘젓고 다니는 

불빛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를 

 

근육질의 몸 주황색의 털 사이 사이로

계곡의 물이 검게 흘러내리고 

어둠을 헤치며 두 눈에 흘러나오는 안광

한 번 울기만 하면 산천을 떨게 할

압도적인 커다란 입을 벌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깨지 않았다고 말했지

 

우리가 숨죽이며 침묵할 때 어머니는 말했지

호랑이처럼 살 수 있다면

단 하루라도 호랑이처럼 살 수 있다면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저렇게 포효하며 살 수 있다면

동굴에서 뛰쳐나와 인간이 되지 않은

호랑이는 참 잘한 것이라며

 

지난 밤에 보았다고 어머니는 말했지

동굴을 뛰쳐나와 밤을 휘젓고 다니는

괴롭더라도, 힘들더라도, 홀로 포효할 수 있는 호랑이

저게 사는 것이지, 저게 사는 것이지

문틈을 통하여 어머니는 무서운 밤에

호랑이를 닮고 싶어 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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