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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7-장자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물려주고자 말한다. "해와 달이 나와 있는데 횃불을 끄지 않는다 해도 그 빛을 내는 일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철에 맞는 비가 왔는데 여전히 물을 준다면 논밭에 미치는 효과에 있어 쓸데없는 수고가 되지 않겠습니까? 선생님이 임금 자리에 오르시면 천하가 다스려 질 터인데 제가 주인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제게 결함이 있으니 부디 천하를 받아 주십시오." 허유가 대답한다. "당신이 천하를 다스려 천하는 이미 다스려졌습니다. 제가 당신을 대신하면 명분을 위하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명분이란 사실 부수물과 같은 것입니다. 제가 부수물을 위해야 하겠습니까? 뱁새는 깊은 숲 속에 둥우리를 쳐도 한 개의 나뭇가지를 사용하며,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그것은 배를 채우는 데 지나지 않습니다... 2022. 1. 10.
순간-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순간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초록빛으로 물든 언덕길을 오른다. 풀밭, 그 풀밭 위 작은 꽃들, 그림책 삽화에서 본 듯한 풍경. 안개 낀 하늘엔 어느새 푸른 기운이 감돌고 저 멀리 또 다른 봉우리가 적막 속에 펼쳐진다. 고생계도 중생계도 애초에 없었던 듯 스스로를 향해 포효하는 바위도, 심연의 융기도 없었던 듯. 번쩍이는 섬광 속엔 밤이 없고, 어둠의 실타래 속엔 낮이 없다. 뜨거운 열병 속에서도 얼음장 같은 오한 속에서도 아직 평원은 여기까지 떠밀려오지 않은 듯. 바다가 소용돌이치고 해안선이 산산조각 나는 것도 어딘가 다른 곳의 일인 듯. 현지 시각 9시 30분. 모든 것은 약속대로 정중하게 그 자리에 놓여 있다. 골짜기의 시냇물의 모습으로 한결같이. 오솔길은 오솔길의 모양으로 언제나 그렇게. 숲은 숲의.. 2022. 1. 9.
소요유6-장자 그러므로, 지혜는 벼슬 하나를 감당할 만하고, 행실은 한 고을에서 뛰어나고, 덕은 임금 하나를 모시기에 맞고, 능력은 한 나라의 신임을 받을 만한 사람이 자신을 보는 것도 역시 이 안새와 같다. 그런데 송영자는 그런 사람을 보면 픽 웃는다. 그는 온 세상의 칭찬에도 더 신나지 않고, 온 세상의 비난에도 더 기죽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과 밖의 일의 분수를 일정하게 알고 영예와 치욕의 한계를 분별하고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다. 그는 세상 일에 급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완전하지 못한 점이 있다. 열자는 바람을 타고 다니는 데 날렵하기만 하다. 그는 한 번 나서면 십오 일 만에야 돌아온다. 그는 바람이 부는 것이 순조로운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마음 졸이는 일이 없다. 그는 비록 걸어다니는 일만 면.. 2022. 1. 9.
소요유5-장자 탕임금이 극에게 묻자 이런 대답을 한다. 궁발의 북쪽에 명해란 바다가 있는 데, 천지이다. 그곳에 물고기 한마리, 넓이가 수천 리, 길이는 알 수가 없고, 그 이름은 곤이다. 또한 새가 있는 데, 그 새이름이 붕이다. 등은 태산같고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같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돌면서 오르기를 구만 리나 하여, 고도에서 푸른 하늘을 등진 다음에야 남녘으로 향하는 데 남극의 바다로 가려는 것이다. 작은 연못의 안새가 그것을 보고 비웃는다. " 저 자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나는 날아 오르면 몇 길도 오르지 못하고 내려오며, 쑥대 사이를 오락가락하지만 이 또한 날아 다니는 극치이다. 그런데 저 자는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이것이 작은 것과 큰 것의 분별인 것이다. - 작은 것은 아무리 뽐내 보아도 큰 .. 2022.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