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대수냐
- 정성환
가을날 은행나무는 샛노랗게
멸망하고 있다
대개 사람처럼 나무도
나이 들면 속이 썩어지는데
은행나무는 겉부터 노랗게 문드러지고 있다
뭐가 그리 대수냐
살다보면 지금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은행나무는 아는 듯하다
그래서 11월의 가을날
땅바닥에 엎드려 환히 불 밝히고
법문을 듣고 있나보다
동네 어귀 은행나무길 서성이다보면
어둑한 마음 깨어난다
* 정성환 / 부산. 2017년 시문학 신인상. 시집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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