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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고 싶을 때

뭐가 그리 대수냐/ 정성환

by marrige 2023. 9. 1.

두 벤치 위의 연인(조지 시걸 작품) /원주 뮤지엄 산

 

 

뭐가 그리 대수냐

 

                                           - 정성환

 

가을은행나무는 샛노랗게

멸망하고 있다

대개 사람처럼 나무

나이 들면 속이 썩어지는데

은행나무는 겉부터 노랗게 문드러지고 있다

뭐가 그리 대수냐

살다보면 지금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은행나무는 아는 듯하다

그래서 11월의 가을날

땅바닥에 엎드려 환히 불 밝히고

법문을 듣고 있나보다

동네 어귀 은행나무길 서성이다보면

어둑한 마음 깨어난다

 

* 정성환 / 부산. 2017년 시문학 신인상. 시집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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