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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고 싶을 때

이한 조각가의 작품세계

by marrige 2023. 7. 24.

- 경주예술문화회관에서

이한 작가의 작품전을 관람하였다. 평면으로 보면 그림 같지만 실제로 보면 점토와 아크릴과 나무등의 재료를 이용한 조각품이다.  ' 말'을 소재로 한 독특한 작품 세계가 눈길을 끈다. 젊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을 감상하였다.

 

작가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얼룩말을 형상화한 조각을 네 작품 나란히 전시하였다. 얼룩말의 얼굴을 점토와 아크릴과 털로 형상화한 작품에 나는 '자유'라는 제목이 왜 붙여졌는지 작가에게 물었다. 작가가 말했다. 얼룩말은 길들이지 못하는 동물이다. 얼룩말은 야생성을 간직하고있어서 사람에게 길들여 지지 않는 동물이다. 

나는 얼룩말의 형상에서 작가의 설명처럼 야생 그대로 '자유' 의지에 따라 살고 싶어하는 동물인지 살펴본다. 얼룩말에 자유의지가 있다면 그것 또한 신의 뜻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것도 신이니까.

이 조각품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말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하였다. 

나는 왠지 이 말의 눈동자에서 외로움의 그림자가 읽혀졌다. 무엇인가 상실한 자의 외로움이 묻어난다고 말하자 작가가 말한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예술의 세계에서 작품이  작가의 몫이라면  그것을 해석하고, 작품의 미를 감상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고양이와 삵쾡이를 교배하여 새로운 종이 생긴다. 이 두 동물의 교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학자들의 연구대상이라고 한다.왜 그런 실험을 해야 하는지 인간이란 정말 독특한 존재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의 설명을 들어본다.

작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른 말의 모습을 형상화하기도 하였다. 이를 감상할 때, 작가에게 물었다. 말을 타 본 적이 있냐고.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나온다. 부모의 친구분이 경주 계림에 말을 가지고 나오셔서 5살 때 말을 처음 타보았다고 한다. 말을 탈 때 느낌이 어떠했냐고 물으니 정말 굉장히 편안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한다. 두려움을 없었느냐고 물으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한테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예천 승강강에서 만난  기수 한 분은 말이 달릴 때는 항상 희열과 두려움이 교차한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어릴 때 몇 발자욱 움직인 말을 탔을 때의 그 아늑함을 잊을 수가 없어 이제까지 취미로 승강장에 자주 간다는 조각가 이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승마선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타는 것을 좋아해서 취미로 말을 타고 있다니 대단하다. 

말의 편자는 사람의 신발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편자를 놓는 방향에 따라 이와 같은 의미도 있다고 한다. 

같은 방향을 향한 연인의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 암컷과 수컷을 구분해 본다면...당연히 예쁜 것이 암컷이다. 

마주 보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 처음 작품을 보았을 때는 작품의 완성도가 50대나 60대의 작품인 줄 알았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오랜 기간에 걸쳐 완숙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청년작가는  너무나 젊은 사람이었다. 그 나이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묻게 하는 나이였다. 하긴 예술가와 스포츠 스타들은 예전부터 어린 나이에천재성을 발휘하기 시작하니까...평범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특별한 세계를 만들지 못하고 살아 온 나를 위로하는 말이 되는 것일까?

 

어릴 때 부터 승마 마니아. 그러한 경험이 예술세계에서 말을 형상화하는 조각가로 새롭게 탄생한 것 같다. 좋아하니 좋아하는 것의 이미지가 곧 예술세계가 된다. 아니, 모든 인생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이런 창작세계도 있구나. 이렇게 멋진 젊은이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방명록에 ' 대성하길 바란다.'는 말을 적어놓고 나오니 젊은 작가의 반짝이는 눈빛이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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