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꿈
- 김영
당신은 산 위에 있었지요.나는 오늘도 밀밭길 지나 염소 매인 소나무 언덕 넘어 숲속 오솔길로 들어섰지요.
산비탈 찔레꽃이 피투성이 나를 보고 하얀 눈물 흘렸지만,사랑하는 당신은 한 발짝도 내려오지 않고 여전히 산 위에 있었지요.계곡엔 자갈이 범람하고 물은 땅속으로 파고든 지 오래였지요.휘청대는 벼랑마다 검은 나무,다리 되어주었지요.
빠른 듯 더디 가는 나를 당신은 잘 참고 기다려주겠지요.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당신에게 다다를 것입니다.
미안해요.포개진 산 고갯길에서 숨이 가빠 가래침이라도 한번 뱉어내야겠어요.
재선충 걸린 소나무 그늘에 잠시 기대앉아 당신 생각합니다.
낮은 하늘이 입 다물고 날 내려다보네요.죽은 소나무 이파리들이 공중에서 바스락 소리를 냅니다.
땅은 줄기와 뿌리를 가르느라 가만가만 길을 더듬는데
이따금 휘파람새가 제멋대로 노래를 불러 적막을 깨는 것 말고는 아무 급할 것 없는 오후네요.
아,그래서 당신은 이토록 산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가요.
* 김영/ 부산.시인.소설가.소설집 [나미가 오지 않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