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양
백석
거리는 장날이다
장날 거리에 영감들이 지나간다
영감들은
말상을 하였다
범상을 하였다
족제비상을 하였다
개발코를 하였다
안장코를 하였다
질병코를 하였다
그 코에 모두 학실을 썼다
돌체 돋보기다
대모체 돋보기다
로이도 돋보기다
영감들은 유리창 같은 눈을 번득거리며
투박한 북관(北關)말을 떠들어 대며
쇠리쇠리한 저녁해 속에
사나운 짐승같이들 사라졌다.
- 백석(1912-1996). 평안북도 정주
- '석양'은 1938년 삼천리 문학에 발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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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실 → 다리 가운데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안경
* 돌체 돋보기 → 석영 유리로 안경테를 만든 돋보기
* 대모체 돋보기 → 바다거북의 등껍데기로 안경테를 만든 돋보기
* 로이도 → 미국의 희극 배우 헤롤드 로이드
* 북관 → 함경도 지방을 두루 이르는 말
* 쇠리쇠리한 → 부시다. 빛이나 색채가 강렬하여 마주 보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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