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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고 싶을 때

석양/ 백석

by marrige 2023. 3. 8.

석양/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석 양

                        백석

 

거리는 장날이다

장날 거리에 영감들이 지나간다

영감들은

말상을 하였다

범상을 하였다

족제비상을 하였다

개발코를 하였다

안장코를 하였다

질병코를 하였다

그 코에 모두 학실을 썼다

돌체 돋보기다

대모체 돋보기다

로이도 돋보기다

영감들은 유리창 같은 눈을 번득거리며

투박한 북관(北關)말을 떠들어 대며

 

쇠리쇠리한 저녁해 속에

사나운 짐승같이들 사라졌다.

 

 

- 백석(1912-1996). 평안북도 정주

- '석양'은  1938년 삼천리 문학에 발표됨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학실 → 다리 가운데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안경

* 돌체 돋보기 → 석영 유리로 안경테를 만든 돋보기

* 대모체 돋보기 → 바다거북의 등껍데기로 안경테를 만든 돋보기

* 로이도 → 미국의 희극 배우 헤롤드 로이드

* 북관 → 함경도 지방을 두루 이르는 말

* 쇠리쇠리한 → 부시다. 빛이나 색채가 강렬하여 마주 보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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