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 퇴계(退溪) 이황(李滉)
獨倚山窓夜色寒(독의산창야색한) 홀로 기댄 산의 창에 밤 기운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매초월상정단단) 매화나무 가지 끝에는 둥근 달이 떠올랐네.
不須更喚微風至(불수갱환미풍지) 굳이 산들바람 불어오지 않아도
自有淸香滿院間(자유청향만원간) 그윽한 향기 온 뜰에 가득하다.
山夜寥寥萬境空(산야요요만경공) 산 속의 밤은 적막하여 온 세상이 빈 것 같은 데
白梅凉月伴仙翁(백매량월반선옹) 하얀 매화 밝은 달이 늙은 선옹과 같이 해주네.
箇中唯有前灘響(개중유유전탄향) 그 가운데는 앞 개울가의 물 흐르는 소리뿐이니
揚似爲商抑似宮(양사위상억사궁) 높을 때는 상음이요 낮을 때는 궁음이다.
步躡中庭月趁人(보섭중정월진인) 나막신을 신고 뜰 안을 거니니 달이 사람을 따라오는 데
梅邊行繞幾回巡(매변행요기회순) 매화꽃 주위를 몇 번이나 돌아 보았던고
夜深坐久渾忘起(야심좌구혼망기) 밤이 깊도록 앉아 일어나기를 잊고 있었더니
香滿衣布影滿身(향만의포영만신) 매화 향기가 옷에 스미고 달그림자는 온 몸에 가득하다.
* 퇴계이황( 1501 - 1570). 매화를 몹시 사랑하여 (매화시첩)을 엮기도 하였으며,
매화와 관련하여 단양군수 때 만난 관기 두향(杜香)과의 사연으로도 유명하다.
이 시는 '도산월야영매' 중 일부이다. 다른 꽃이 피고, 매화 지기 전에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