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계리 매봉을 오르는 길에 진달래꽃 군락지와 만났다. 너무나 반가운 꽃. 다른 꽃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진달래꽃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 아닐까?
참꽃, 또는 두견화로도 불리는 진달래꽃은 옛 적 우리 민족의 한을 대변하는 꽃이기도 하다.
아직 소나무를 제외하곤 죽은 것처럼 서있는 나무와 잔풀 사이로 잎도 없이 연분홍 꽃이 여기 저기 활짝 피었다.
산책길에 마중 나와 군락을 이루고 듬성듬성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보니 김소월의 '산유화'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산에는 꽃 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봄 여름 가을 모든 계절에 꽃이 핀다고 했는 데, 왜 ' 산유화'의 이미지에 진달래꽃이 먼저 나타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산에 올랐을 때 어쩌면 가장 먼저 제 모습을 곱게 보여주는 꽃이여서 그런 것일까?
김소월의 시 중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진달래꽃' 이 있다. '아리랑'의 정서를 그대로 시로 옮긴 듯한 우리 시의 백미라 할 것이다.
죽은 듯이 서있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피어있는 진달래꽃은 누구의 마음을 훔치려고 이렇게 고운 것일까?
유년기에는 봄날에 앞산 뒷 산 동무들과 돌아다니면서 참꽃이라 부르며, 진달래꽃을 따 먹어본 적도 있다. 먹을 수도 있고, 약재로도 사용할 수 있는 진달래꽃으로, 옛날에는 음력 삼월 삼짇날쌀을 준비하여 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진달래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나와 철쭉과 대비된다.
없는 듯 조용히, 수줍은 듯 예쁜 진달래꽃은 가까이 가서 보면 정겹기 그지 없다. 어쩐지 요란스런 꽃들과는 대비가 된다.
봄날의 하늘은 떠도는 구름과 함께 맑기만 하다.
* 영상출처/ made by 이권희 /작곡가 이권희가 작곡하고 김소월의 증손녀인 성악가 김상은이 부른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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