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운제산 오어사 둘레길을 걸었다. 산에는 진달래꽃이 만개해 있었다. 간혹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 있기도 했지만 산의 봄경치를 보여주는 것은 진달래였다. 반가왔다. 화려하다는 표현보다는 소박하고, 예쁘고, 꾸밈없는 느낌의 진달래가...
지난번 안계리 매봉에 올랐을 때와는 또 다른 정감을 자아낸다. 산에 핀 진달래를 보면 소월의 '산유화'가 절로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시여서 그런 것일까. 소월의 '산유화'는 생의 운명 전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피고 지는 운명의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저렇듯 같이 피는 듯 하지만 각각 홀로 피고 지면서 존재한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도심의 산책길은 이미 벚꽃조차 만개하기 시작했지만, 정원수가 아닌 산에서 절로 핀 꽃은 어쩐지 더 정감이 간다.
산유화(山有花)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시집 『진달래꽃』,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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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월(金素月, 1902 ~ 1934) .평북 구성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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