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강동면 양동리에 있는 민속마을,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나라 최대 규모의 대표적 조선시대 동성취락으로 양반가옥과 초가 160호가 집중되어 있다.
오늘 내가 간 것은 순전히 이 지역을 산책하기 위해서였다. 포항과 가깝다 보니, 몇 차례 간 적이 있다. 처음 갔을 때는 20년 전 해설사가 있는 문화탐방이었다. 그 때 99칸 저택이라든가, 이것 저것 보았는 데 세월이 지나다보니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처럼, 민속마을을 보는 눈도 달라진 것 같다. 전통마을을 보존관리하여 후세에 남긴다는 정도...
마을 중간에 주차공간이 있고, 민속과 관련된 이와 같은 옛 문화에 대한 안내판도 보인다.
이곳은 월성손씨와 여강이씨가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데, 손씨는 조선시대 성리학 형성의 선구자인 이언적의 외가이다.
마을 한 가운데 어느 식당 마당에 어슬렁 거리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와 내가 눈이 마주친다. 내가 등을 쓰다듬어 주었더니 꼬리를 바싹 세우고 나한테 엉긴다.
검은 고양이와 잠시 대화를 하며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으니까 이런 말이 생각이 났다. 강아지는 주인이 있지만 고양이는 집사가 있다.
누구의 보호를 요구하지 않는 개별성과 독립성을 가진 고양이를 보는 것은 특별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볼 만한 건물은 관가정과 무첨당, 심수정이다. 마을을 가르는 개울이 보인다. 마을서쪽은 평야가 북동쪽엔 제법 큰 한계저수지가 있다.
이 마을에는 유교사상이 짙게 남아있어, 4월과 10월에 선조를 제향하는 의식이 마을 공동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마을의 길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한바퀴 산책을 하면서 안온한 느낌을 준다. 동네 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심수정은 입구에서 올라갔을 때, 마을 중간 오른쪽 언덕에 위치하여 있는 데, 전통가옥 양식을 잘 보여준다. 마을 여러 개의 정자 중 가장 크다. 안락정과 강학당이 세워지기 전 '서당'역할을 했다.
심수정 내부의 모습. 뭔가 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마루에 상차림한 것이 보인다.
심수정에서 반대편 방향의 전통가옥을 바라본다.
마을을 가로 지르는 개울. 푸른 하늘이 물에 반사되어 물 또한 푸르르다.
무첨당으로 가는 길에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간다. 길의 왼쪽 언덕에 관가정이, 오른쪽 언덕 위로 올라가 그 너머로 무첨당이 있는 데, 오늘은 여기까지 걷고 만다. 무첨당은 8년 전에 어느 명상도반들과 마루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명상을 한 적이 있다. 마루에 앉으면 안강 들녁이 한 곳에 들어 오는 곳이다.
잘 정비되어 있고, 마을에 사람들이 거주하는 전통마을이라고 생각하고, 한 바퀴 돌아보면 좋은 곳. 전통마을을 찾는 것이 꼭 무엇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한 나절 편안한 산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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