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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상국·시인, 강원도 양양군 출신 1946-) 2023. 1. 30.
닥터 지바고 "당신이 슬픔이나 회한 같은 걸 하나도 지니지 않은 여자였다면 난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지 않았을 거요. 나는 한 번도 발을 헛디디지도 않고 오류를 범하지 않은 그런 사람을 좋아 할 수가 없소. 그런 사람의 미덕이란 생명이 없는 것이며 따라서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니까. 그런 사람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단 말이요."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닥터 지바고' - By 또롱OSTᕷ 2023. 1. 23.
비밀/ 이해인 비밀 - 이해인 겹겹이 싸매 둔 장미의 비밀은 장미 너만이 알고 속으로 피흘리는 나의 아픔은 나만이 안다 살아서도 죽어가는 이 세상 비인 자리 이웃과 악수하며 웃음 날리다 뽀얀 외롬 하나 구름으로 뜨는 걸 누가 알까 꽃밭에 불밝힌 장미의 향기보다 더 환히 뜨겁고 미쁜 목숨 하나 별로 뜨는 사랑 누가 알까 2023. 1. 18.
인간의 본성 - 메리 올리버 시인은 인간의 본성을 우리의 근원인 바다에 비유하네 - 메리 올리버 바다는 미쳐 날뛸 수도 있고, 잔잔할 수도 있지, 숨 쉬는 비단처럼 누워 있을 수도 있고 해안에 재앙을 던질 수도 있지, 선물을 줄 수도,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도 있지, 차오르고, 빠지고, 맹렬히 솟구치는 분수처럼 거품을 물 수도 있고, 한결같이 달콤하게 속삭일 수도 있지, 나 또한 그렇듯이, 그리고 분명, 당신 그리고 당신도 그렇듯이. 2023.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