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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서 가 볼만 한 곳

노고단 가는 길

by marrige 2021. 12. 7.

지리산 천왕봉을 가보겠다고 젊은 시절 몇 번 오른 노고단. 70년대와 80년대 노고단을 오르기 위해선 구례 화엄사를 거치곤 했다. 베낭을 메고 친구들과 계곡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화엄사를 잠시 거쳐 계곡 오른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무렵 노고단은 멀고 멀기만 했다.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연결된 산길. 산길에서 만난 내려오는 사람에게 노고단 멀었어요하고 물으면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요. 이 말은 늘 빈 말, 응원을 해주는 말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차량으로 보다 쉽게 노고단을 가 볼 수 있으니,  천은사를 거쳐 시암재 휴게소나 성삼재 휴게소까지 차를 운전하여 가서 그곳에 차를 세워놓고 올라갈 수 있으니,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노고단에서 내려단 본 산하. 저 멀리 섬진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사람들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향수를 남기면서 흐르는 강물인가. 섬진강은 늘 어머니의 품처럼 잔잔하면서도 고요하게 흘러내린다. 햇빛이 내리 비치는 산하에 구름과 그늘과 강과 멀고 가까운 산이 대자연의 숨결은 세상사와는 완전히 별개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노고단. 고지가 저 멀리 보인다. 노고단정상부를 오르기 위해서는 탐방예약제에 등록을 하고 입장 가능시간을 지켜야 한다.  노고단 고개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노고단 정상부 탐방을 위하여 입장을 허락받는 장소이다. 

탐방객들을 위하여 탐방로가 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중간 중간에 미끄럼방지틀도 만들어 놓았다. 

정상으로 오르는 도중에 흰 눈 쌓인 초원 저 멀리 1,732고지의 반야봉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노고단 올라가는 길에 돌아서서 탐방길 안내소를 내려다 보니 노고단 고개에 새로 생긴 '노고단'과 같은 형태의 돌단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다섯줄의 평행선 구름띠와 그 아래 뭉개구름, 그리고 산야가 시선을 멈추게 한다.

노고단 오르는 길은 마침 언제 왔는지 눈길이 되어 겨울산행의 특별한 맛을 더해준다. 산에는 여기저기 잔설이 보인다.

이제 어떤 지역은 눈을 구경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포항이 그렇다. 20년 전만 해도 겨울하면 눈을 먼저 상상했지만, 요즈음은 눈구경도 쉽지 않은 지역이 많다. 지구 온난화 영향 때문이다. 불편하기 이전에 눈은 추억을 만들어 준다.  

노고단을 오르기 전에 대피소는 힘든 산행을 한 사람들에게 다왔다는 안도감을 준다. 몇 년 전에는 새벽에 여기 왔다가 앞이 안보이는 안개때문에 이곳에서 발걸음을 되돌린 적도 있다. 

지름길로 가는 것은 도로로 가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단축해 준다. 지름길에는 산행을 잘 할 수 있도록 이렇게 돌로 정비되어 있다. 돌과 돌 사이 사이에 녹지않은 흰 눈이 눈길을 끈다. 

겨울 산행의 맛은 역시 흰 눈을 만났을 가장 가슴 설레인다. 약간의 찬바람과 여기저기 쌓여있는 하얀 눈이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만들어 낼 듯 하다. 

이게 구상나무이다. 높은 곳에서만 자라는 이 나무는 약 100년 정도의 나이라고 한다. 나뭇가지들이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 데 이것은 바람의 영향 때문이다. 노고단 정상은 바람이 많아 주변 나무들이 키가 작거나 한쪽으로만 가지가 뻗어 있다.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곡성지역. 저멀리 섬진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산천은 유구하되 인걸은 어디 가고...

사람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이 작은 존재가 작은 것을 깨닫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을 괴롭히고, 타인을 괴롭히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산의 정상에 올라 산야를 바라보면 잠시나마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드디어 정상. 노고단 표식이 있다. 표식뒤로 돌로 쌓아놓은 ' 노고단' 이 보인다. 우리 나약한 인간의 소망을 담고 노고단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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