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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서 가 볼만 한 곳

비룡산에 올라 회룡포를 바라보다

by marrige 2023. 3. 27.

천년 신라에 학이 춤을 추듯 뭇 봉우리들이 힘차게 굽이치고, 구름을 담아 놓은 듯 비룡이 꿈틀거린다는 비룡산(飛龍山). 고향에 갔다가 동생과 함께 2년만에 비룡산에 올랐다. 그 때는 가을이었고, 이번은 봄이다.

비상(飛翔) 하고 싶은 사람의 욕망과 꿈을 새겨놓은 것일까. 용왕각 옆에 바위에 새겨진 용의 형상이 하늘을 향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장안사를 거쳐 비룡산에 오르는 산길에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산책로를 오르다가 오른쪽을 내려다보니, 천년고찰 장안사가 보인다. 

오르던 발걸음을 돌려보니 가을 낙엽지고 소나무 울창한 숲의 산책로 옆으로 봄의 개나리와 진달래가 정겹다.

하얀 저 꽃은 무슨 꽃일까. 가까이 다가가서 보기에는 숲길이 거칠다.

산책로에는 많은 시인들의 시가 이렇게 가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사람끼리 모여 산다.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처형당할 때 지었다는 성삼문의 시조가 눈길을 끈다.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비룡산에 오르니  전망대 정자가 보인다. 이 정자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 국토의 한 부분. 회룡포가 선명하게 보인다.

내성천은 이렇게 회룡포마을을 휘돌아 낙동강과 합류한다. 

회룡포 마을 둘레길은 저 멀리 보이는 뽕뽕다리를 건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계절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름부터 가을까지 잘 정비된 경작지의 식물을 바라보면서 둘레길을 걸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비룡산에서 회룡포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장안사에 잠시 들린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국태민안을 염원하여 전국 세 곳의 명산에 장안사를 세웠는데, 금강산 장안사, 양산 장안사,  국토의 중간인 이곳 비룡산 장안사가 그 하나이다. 

사찰을 받치고 있는 돌담으로 노란꽃이 피어 있는 데, 산길에 만난 개나리하고는 멀리서 보아도 형상이 좀 다르다. 

자세히 보니 봄을 부르는 꽃- 영춘화다.  영훈화는 꽃말이 '사모하는 마음, 희망'이고, 꽃잎이 다섯, 여섯장인데 비해 개나리는 꽃잎이 넉장이다.

영춘화(迎春花)는 줄기가 초록, 개나리는 갈색이어서 꽃잎 수와 줄기색으로 구별할 수 있다.

 

회룡포를 가기 위해서 뽕뽕다리를 건너야 한다. 비룡산에서 바라본 내성천 뽕뽕다리의 전경이다. 

뽕뽕다리. 넓은 모래사장의 모래는 부드럽다. 

 

개나리

                 - 이해인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 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 이해인/ 1945년. 강원 양구군. 수녀. 시인. 성베네딕다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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