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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서 가 볼만 한 곳

풍어제/ 영덕 노물리

by marrige 2023. 5. 16.

영덕군 노물리 어촌마을에서 '풍어제'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첫날 가보았다.

풍어제는 동해안 일대에서 마을의 풍요와 번창을 위해 행하는 마을 굿이자, 제의식이다. 별신굿을 행하는 마을은 축제분위기로 들떠 있고, 굿청은 마을 사람들이 흥겹게 노는 놀이판의 성격을 띤다.

굿청은 대체로 바닷가 선착장 부근에 넓은 곳이 선정되는데 마을마다 일정한 장소가 지정되어 있다. 굿청에는 큰 차일을 치고 신대[神竿]와 신기(神旗)를 세우고 제상을 차려놓는다.

 

노물리 풍어제는 3일간에 걸쳐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행해졌다. 20여명의 무녀와 남무들이 앉아 굿과 장단을 맞추고 있다. 동해안 별신굿은 큰 굿이기 때문에 3년 또는 10년에 1번 하는데,  굿을 주재하는 무녀와 뛰어난 기량을 가진 남무들로 이루어진 전문적인 세습무(世襲巫)들에 의해 진행된다.

첫날 축원굿과 조상굿이 끝나고 나니 저녁노늘이 노물리 마을을 감싼다. 영덕 노물리는 경북지역 무형문화재 '월월이청청' 발굴지로도 유명하다.

굿을 하면서 무당은 참가자미, 잡어, 아나고, 산오징어, 광어, 우럭, 숭어, 전어, 홍게, 대게, 청어, 미주구리, 멍게, 개불, 해삼, 전복, 낙지, 문어, 고래고기, 동태, 갈치, 고등어, 대구.....등등 출어한 배가 늘 만선이 되어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조상에게 인사하고, 동네 사람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그 자식과 손자들이 잘 되기 또한 기원한다.

 

여러 명의 무당들이 한 시간씩 굿풀이를 하는 데, 이 분은 2시간 30분 온갖 세상사의 굿풀이를 하는 데, 인생살이를 다 경험하고 살펴본 듯한 내공이 깊은 선임 무당의  굿 공연에는 다른 무당보다 더 많은 웃음과 박수와 갈채가 우르르 쏱아졌다. 그 신기가 너무 놀라울 정도였다. 

무당 한 분에게 내가 물었다. 몇 가지 굿을 하느냐고. 그녀가 대답했다. 3일에 걸쳐 24가지 굿을 한다고 하였다. 그 종류에 대해 물었더니 몇 가지 말해 주긴 했는 데, 말이 빨리 지나가고, 기억에는 몇 가지만 남는다. 당맞이굿-성주굿, 축원긋, 조상긋,용왕긋, 손님굿.화해굿. 심청굿...

 

동해안별신굿은 마을 단위의 커다란 축제이면서 무속예능의 전시장으로서 종합예술제의 성격을 가진다. 

 

풍어제는 마을의 커다란 축제다. 무당들은 굿을 한 다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춤도 추고, 부추기기도 한다. 주술의식은 이상하게도 그것을 치른 후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이는 종교가 무엇인가를 떠나 신비한 일이다. 

3일간의 행사 중 첫날 오후 시간만 본 노물리 마을의 축제인  '풍어제',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너', '나' 없이 사연많은 삶이 깃들었을 이 동네의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시길 나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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