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립 또는 김삿갓이라는 호를 가진 김병연은 1807(순조 7), 경기 양주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에 선천부사였던 조부 익순은 평안도농민전쟁 때 홍경래에게 투항한 죄로 처형당하였다. 아버지 안근이 죽고, 어머니는 자식들이 폐족(廢族)의 자식으로 멸시받는 것이 싫어 강원도 영월에서 숨어 살았다.
그는〈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 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이라는 할아버지 익순을 조롱하는 과시(科詩)로 향시(鄕詩)에서 장원을 하였다. 이후 모친에게서 집안의 내력을 듣고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는 자책과 폐족의 자식이라는 세상의 멸시를 참지 못해 처자식을 버려두고 집을 떠났다.
그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면서 삿갓을 쓰고 방랑했으며, 그의 아들이 몇 번이나 그를 만나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거절하고 피했다.
57세 때 전라도 화순군 어느 곳에 쓰러져 있는 것을 어느 선비가 자기 집으로 데려가 거기에서 반년 가까이 살았고, 이후 지리산 등을 방랑하다가 3년 만에 그 선비 집에 되돌아와 죽었다고 한다.
그의 시는 몰락양반의 정서를 대변한 것으로 당시 무너져가는 신분질서를 반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라디오에서 김삿갓 북한 방랑기 노래가 매일 흘러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유와 낭만을 가진 시인으로 좋아했던 그를 문학관 앞에서 어느 분이 '처자식을 내버려 두고' 하는 말을 듣자마자, 김삿갓에 대한 이미지가 갑자기 내 마음 속에서 변해 버렸다. ...이미 특별한 시인으로 상징화된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지 모르겠으나 , '그건 아닌데'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결혼을 안했다면 모르겠으나, 아무리 마음 속에 괴로움이 많다 하더라도 처자식을 둔 사람이 가족을 버리고, 유랑으로 시나 읊으며 현실도피의 일생을 보내다니 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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