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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가 볼만 한 곳

박경리 문학공원을 찾아서

by marrige 2023. 8. 15.

뜨거운 한 여름 어느 날 원주시내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을 찾아보았다. ' 토지'로 잘 알려진 한국문학의 거장 박경리. 그녀는 1926년 10월 28일 경상남도 통영면 대화정(현 통영시 문화동)에서 출생하였으며 본명은 '박금이'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필명 '박경리' 는 소설가 김동리가 지어 주었다. 

그녀의 부모는 집안 어른들이 정해준대로 결혼했는데, 결국 아버지는 어머니를 버리고 새장가를 들었다. 박경리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때때로 어머니의 강요로 아버지 집에 가서 경제적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유년시절에 가졌던 아버지에 대한 애증, 그리고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상황은 그녀를 극단적인 고독의 세계 속에 빠져들게 하였다. 

1946년 거제 출신의 김행도와 중매 결혼하고 1950년 서울가정보육사범학교 가정과(현 세종대) 졸업하고,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에 근무하였으나 6.25 전쟁이 일어나자 남편 김행도는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고 이후 행방불명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들까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박경리가  문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당시 김동리와의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고등여학교 선배였던 김동리의 부인네 집에 친구가 세 들어 살고 있었고, 친구에 의해 본의 아니게 박경리의 글이 김동리에게 읽히게 된 것이다. 

토지에 나오는 복잡한 인물구도- 모든 인물에 저마다의 성격과 스토리가 있을 것이니 상상을 벗어나는 구조다. 

소설 '토지'는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여러가지 형태로 재해석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농사 지을 때 사용하던 호미, 장갑...

작가가 아낀 '달항아리'

토지의 육필원고와 만년필...

토지는 1969년  집필하기 시작해서 1994년까지 무려 25년 동안 써냈다. 사 반세기동안 세상과 관계를 완전히 차단한 채 집필에만 몰두했으며, 1부를 쓰던 중 암 선고를 받고 수술까지 하는 등의 고통을 겪기도 하였다. 소설 ‘토지’는 동학농님혁명에서 광복까지 파란 많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한반도와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삼아 펼쳐진 작가의 상상력이 이룩해 놓은 한국문학사의 거대한 기념비적 대하소설이다. 

그녀의 딸 김영주는 1973년에 저항시인 김지하와 결혼하였다. 토지를 집필하던 중 김지하가 사형 선고를 받는 등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딸이 결혼을 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지하는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박경리는 1965년부터 정릉동 골짜기 집에 머물다가, 1980년 사위 김지하의 옥바라지를 위해 서울을 떠나 원주에 정착해서 토지 4, 5부를 집필하고 탈고했는데, 그 때 박경리가 살던 집은 박경리문학공원이 되었다.  

이 집이 택지 개발지가 되자 작가는 1998년 흥업면 매지리의 회촌마을로 이사하였다. 이에 대한 보상금과 토지공사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것이 작가들의 집필장소가 된 토지문화관이다. 

"선생님은 후배들이 평생, 그리고 대를 이어 자자손손 파 먹어도 바닥나지 않을 거대하고 장엄한 문화유산을 남기셨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작가의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 때, 장례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박완서가 조사 중에 한 말처럼 그녀는 우리 에게 거대한 문화유산을 곳곳에 남겼다. 

작가의 묘소는 통영시 산양읍에 있다. 

그녀는 장편을 많이 쓴 작가로서, 장편으로 '토지'를 제외하고도 20여 편에 이르는데, 특히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파시 등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모두 토지 이전에 쓴 소설로 '김약국의 딸들'은 전업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하였다.

전시실에 일제 강점기 때 사용하던 교과서를 비릇 귀중한 자료를 수집하여 기증한 분의 전시물이 한 켠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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