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산행 준비를 하여야 한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적어도 4시간의 시간을 소요한다고 생각하고 출발하면 좋은 데, 전국 어디에서나 인제 원대리까지 가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접근성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시간을 내서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 차분하고 편안하게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중에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자작나무숲과 마주할 수 있다.
마치 도깨비 눈과 같은 흔적이 눈낄을 끈다.
자작나무 숲에서만 한나절을 이리저리 걷고, 쉬기도 하면서 보낼 수 있다. 그러다가 내려오는 시간을 놓치지는 말아야지.
특별한 것에는 늘 눈길이 간다.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넓은 국유지 모두를 자작나무 숲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보는 사람의 눈은 딱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몸통이 하얀 자작나무는 무슨 마음으로 저토록 하얀 옷을 입고 있을까?
쭉쭉 뻗은 자작나무숲에는 사람들이 와서 휴식을 취하고, 경관을 구경하기 위한 전망대도 있고, 여러가지 형태의 자작나무를 모아 만든 사물도 있었지만, 잠깐 눈요기하는 것으로 하겠다. 연인, 부부, 친구등등과 함께 이 길을 걷는다면....
인제에는 이렇게 한국시집박물관도 있는 데, 한 번 들려볼 만 하다. 학교시절 책에서 본 시인의 시집을 구경할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정원에는 이런 시비가 가득 차 있다. 언젠가 마주했던 시를 만나게 되면, 괜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그때 그 시절- 이 시를 공부했었지. 장소도 머릿속에 떠오르겠지
중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이 이 시를 읽어 주었는 데, 뭐 이 따위가 있어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 보니 마치 기하학적인 무늬를 가진 특별한 시란 느낌. 뛰어난 사람만이 사실 이런 착상을 할 수 있다. 남들이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진달래꽃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시다. 아니, 혹시 이 시비를 보는 사람마다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은데...
나보기가 역겨원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요즈음에는 치고박고 헤어지는 것 같던데...그러다가 카톡으로 아직 잘 있니?
백석이 그렇게 우리 시단에서 대단하다고 하는 데, 나는 잘 알지 못함. 그러니 난 시인이 아닌거지...
인제에는 박인환 문학관이 있다. 이곳에서 출생하셨다니...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박인환의 시는 뭐지?
박인환 가슴 안으로 들어가면 시가 한 편 나오나, 사진이 한 장 나오나...
50년대의 풍경. 한 잔의 술에 시가 나오고, 철학이 나오고...뭐 이런 시절이 있었다나...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잖어. 신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동방싸롱- 왠지 분 바른 예쁜 이가 기다릴 것 같다. 나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겠지...( 돈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시 이곳이 서울 명동 주변이었던 모양이다.
50년대의 이야기지만 70년대말에 나도 이런 다방에 들락거렸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도 사연이 있겠지.
박인환의 일대기가 기록되어 있는 곳. 한 사람의 일대기를 눈 여겨 보다보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약간 부끄럽기도 하고, 저 시절은 달랐으니까 위로하기도 하고. 저 분은 돌아가셨고, 나는 살아있고....뭐 이런 장단점이 보이기도...
사실 나는 박인환 시 중에 목마와 숙녀 밖에 모른다. 시어가 상당히 도회적이다. 1955년 10월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박인환은 적어도 나보다 못한 게 있는 데, 저 분은 10월에 '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는 들어보지 못했다. 내 확신한다.
그 당시 시인의 방에 침대, 양주, 시계...전화기?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를 중심으로 기록하려다가 약간 빗나가 시인을 소개한 것 같다. 자작나무 숲에 연인과 함께 가서 박인환 시인처럼 시인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목마를 타고 떠나버린 숙녀가 아니라, 자작나무 숲에서 곧 입맞춤을 하려고 얼굴을 가까이 한 목마를 타고 내게로 온 그대...운운...
박인환 문학관 입구에 있는 저 그네에 앉아있는 소녀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고, 저기 앉아 있겠지. 몇 년 뒤에 다시 이곳을 들리면 시간여행으로 변해버린 내 모습을 알아보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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