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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고 싶을 때104

별을 보며/ 이성선 이성선/별을 보며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 이성선 1941~2001 2023. 2. 6.
겨울 만다라 / 임영조 겨울 만다라 임영조 대한 지나 입춘날 오던 눈 멎고 바람 추운 날 빨간 장화 신은 비둘기 한 마리가 눈 위에 총총총 발자국을 찍는다 세상 온통 한 장의 수의에 덮여 이승이 흡사 저승 같은 날 압정 같은 부리로 키보드 치듯 언 땅을 쿡쿡 쪼아 햇볕을 파종한다 사방이 일순 다냥하게 부풀어 내 가슴 손 빈 터가 확 넓어지고 먼 마을 풍매화꽃 벙그는 소리 들린다, 참았던 슬픔 터지는 소리 하얀 운판을 쪼아 또박또박 시 쓰듯 한 끼의 양식을 찾는 비둘기 하루를 헤집다 공친 발만 시리다 아니다, 잠시 소요하듯 지상에 내려 요기도 안 될 시 몇줄만 남기면 되는 오, 눈물겨운 노역의 작은 평화여 저 정경 넘기면 과연 공일까? 혼신을 다해 샤바를 노크하는 겨울만다라! - 임영조. 1943 ~2003. 충남 보령. 시집 .. 2023. 2. 3.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상국·시인, 강원도 양양군 출신 1946-) 2023. 1. 30.
닥터 지바고 "당신이 슬픔이나 회한 같은 걸 하나도 지니지 않은 여자였다면 난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지 않았을 거요. 나는 한 번도 발을 헛디디지도 않고 오류를 범하지 않은 그런 사람을 좋아 할 수가 없소. 그런 사람의 미덕이란 생명이 없는 것이며 따라서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니까. 그런 사람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단 말이요."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닥터 지바고' - By 또롱OSTᕷ 2023.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