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서 노고단으로 향하는 성삼재 고갯길을 굽이굽이 오르기 전 입구 계곡에 자리잡은 사찰 '천은사'. '샘이 숨었다'는 뜻을 가진 천은사는 통일신라 때 창건되어 도선국사때 중건, 광해군 때 중창, 숙종 때 중건하면서 '감로사'였던 사찰이름이 '천은사'로 바뀌었다.
천은사로 들어서기 전에 맑고 투명한 천은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막내 지리산 차일봉에서 발원하여 성삼재 계곡으로 흘러 내려온 물은 1급 저수지이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등 울창한 숲과 둘레길이 눈길을 끈다.
천은사는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이다.
천은사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는 종합안내도가 사찰과 주변경관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돌다리를 건너면 거저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하는 데...
사대 천왕이 먼저 누가 왔는지 살펴본다. 저 표정은 뭔가. 나를 처음 보았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상하게 생긴 놈이 왔다는 말인가.
절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이 사대천왕이 어린 시절에는 압도적인 무서움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지금 자세히 보니 재미있다. 일단 나는 이곳을 통과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사대천왕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나도 올려다 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사찰방문의 참 맛은 그 고요함에 있다. 모든 것을 관조하는 듯한 고요함. 모든 번뇌는 여기에서 사라지리라.
극락보전을 비릇하여 사찰건물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스님 한 분이 목탁을 두드리고 계셨는 데, 산야에서 듣는 목탁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모든 근심이 사라지게 한다.
목탁소리와 경읽는 소리에 저절로 매료가 된다.
그런데, 참으로 나에게 행운인 것이 이렇게 목탁을 치면서 경을 읽는 스님들이 이날 따라 사찰의 여기저기에서 스님들이 혼자 앉아 목탁을 치면서 경을 읽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나에게 울려주는 소리인 것 같았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불교는 불교만이 가지는 수행법이 있으니, 불교는 어떤 대상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깨달아가는 종교라고 하였던가.
관음전에도 스님 한 분이 목탁을 치면서 경을 읽고 계셨다. 가사를 입은 스님의 뒷모습에 경외감을 느낀다.
소박한 사람들의 어떤 소망이 저렇게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일까...
한 줄기 중천에 뜬 햇살이 곱게 모아놓은 모래를 향해 비치고 있다.
고요는 고요를 불러온다. 목탁소리도, 경읽는 소리도 고요에 고요를 더 하는 것 같다.
배롱나무 한 그루가 벌거벗은 채,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산야에 저 종소리, 산야에 저 북소리.
마음을 다하여 절의 건축물에 올릴 기와에 가족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고....
대나무 숲이 사찰과 계곡 사이에 쭉쭉 뻗어 있는 데, 곧 바람이 불면 우는 대나무 우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사찰은 죄를 참회하고 복을 기원하는 곳이자 우리 마음의 때를 씻고 깨끗이 하는 곳. 그래서인지 사찰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된다. 나만 그런 것일까. 누구나 그런 것일까.
다시 사찰을 빠져나와 계곡 돌다리로 향한다.
어디에서 많이 본 광경. 돌다리가 너머로 저수지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을 촬영했던 장소였구나.
저수지 둘레길에 멋진 조형물이 보인다.
다시 돌아온 입구...
입구문 앞에 스님들의 부도가 자리잡고 있는 데...
주차장으로 가기 전에 마음을 한 번 가다듬는다.
천은사를 검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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