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는 기회, 우리가 사랑하는 역대급 근현대미술 4인전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여 한수원 주최, 경주 예술의 전당 주관으로 기념비적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한지 한달 반이 지났는 데도 관심도가 높은 전시회인지 매일 매일 전국 각지에서 온 관람객들로 항상 열기가 가득하다고 한다.
아마도 경주관광객 모두가 이 전시회를 기본적인 관광코스로 정해놓고 오지 않나 싶다.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사랑받는 화가 이중섭. 그의 처절했던 짧은 삶은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 그 자체다. 일본 유학중 일본 여성을 만나 결혼한 이중섭은 남북분단으로 창작의 자유를 잃게 되자 6.25전쟁시 가족을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하여 제주도 서귀포에서 잠깐 산 적이 있다. 가난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끝끝내 가족과 재결합을 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홀로 죽은 비극의 주인공. 그의 생애와 가족을 그리는 그의 그림은 관람객들에게 심금을 울린다.

서양화 재료를 사용하여 붓으로 대담하고 힘차게 한 획으로 굵게 그은 선은 전통 서예의 기법을 연구하고 이를 응용한 것 같다.
북쪽에서 피난와 제주도 서귀포에서 11개월을 보냈던 그는 이후 가족을 일본으로 보내고 가난으로 고통스런 일생을 보내면서 함께 살았던 서귀포 시절의 가족애를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다.

전쟁, 피난, 가난 등으로 재료수급이 어려웠던 시절. 그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료라면 판지나 은지등도 가리지 않았다.양담배갑 안에 든 담배를 감싼 은지를 꺼내 펼쳐서 뽀족한 것으로 드로잉한 후 물감을 칠하고 이를 닦아내면 드로잉한 곳에만물감이 지워지지 않고 남는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그림은 은지의 반짝거리는 재료의 효과까지 멋지게 빛난다.고려청자 상감기법이나 금속공예의 은입사 기법에서 이 기법을 생각해 낸 것 같다.

가족과 가족이 연결되어 살았으면 좋겠는 데, 삶은 그의 뜻대로 펼쳐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분리되는 일만 그에게 생겼다.
그의 그림은 이런 가족애에 대한 애착으로 가득하다.

아내 마사코와 아이들 둘을 일본에 보내고, 가족과 연락은 편지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아이들 둘에게 똑같이 한장씩 보냈는 데,
이렇게 제주도 서귀포에서 함께 보냈던 그리운 시절을 그림으로 그린 다음에 아이들을 격려하는 내용을 담아 보냈다.

아내 마사코에게 보낸 편지. 사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서 다정다감하다.

시인 김상옥의 시집 출판회 방명록에 글 대신 이렇게 그림을 그려 놓았다. 이중섭이라는 다른 그림과는 달리 이름 대신 대향이라고 호를 한글로 풀어쓰기하여 서명하였다.

어릴 때 밀레의 만종을 보고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고 싶었다던 박수근. 그는 당대 서민의 일상과 향토적인 정서를 한국적인 맥락에서 밀레의 사실주의를 그대로 구현하였다.

경주 여행중에 신라의 석탑이나 불상, 마애불등에 매료되고 영감을 받아 화강암의 독특한 질감을 캔버스에 그대로 옮겨보고자 했던 박수근. 그의 예술혼은 독창적인 마티에르 기법으로 화강암에 새겨진 마애불을 보는 듯한 질감과 회갈색톤으로 서민의 일상과 향토적인 정서를 캔버스에 담았다. 한국전쟁 전후 우리들의 조부와 부모님의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한다.

고향 마을에 있는 잎이 없는 앙상한 겨울나무와 그 나무 주위에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많이 그린 박수근.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는 마치 연극무대의 무대장치를 설치해 놓은 느낌을 준다. 이 앙상한 겨울나무는 전쟁으로 황폐화된 당시 사회를 상징하는 동시에 이렇게 힘들고 어렵지만 죽어버린 고목이 아니라 봄이 되는 새싹이 돋아나 잎이 무성하게 되는 나목, 그리고 우리 사회의 희망을 상징한다.

전쟁 전후의 노인들의 모습. 젊은 남자들은 전쟁으로 죽었거나, 일터로 나갔거나 했을 것이다. 이 노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전쟁 전후의 나이든 남자들이 갖는 삶에 대한 비애와 허무,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한때 박수근과 미 8군 PX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박완서는 이를 인연으로 그의 유작전에 갔다가 영감을 받아 박수근을 모델로 소설을 쓴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모집에 '나목'으로 늦은 나이에 당선되어 소설가로 데뷔한 그녀는 이후 누구보다 열정적인 창작으로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박수근은 여성들의 육체적 노동을 신성시하여 맷돌질 하는 여인,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여인,절구질하는 여인등 일하는 여성들을 소재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여성들의 육체적 가사노동은 우리들 각자의 집안과 우리 사회를 이끌어왔다.

김환기은 우리나라 추상화의 선구자이다. 그의 고향은 신안군 안좌도로 지금은 퍼플교가 있는 섬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그림 후반기는 자신의 고향 앞바다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듯 화면 가득 푸른 색으로 채웠다.

동경,파리와 서울,뉴욕을 등지로 이동해 가면서 자기세계를 확장해 나간 김환기..파리시절 그는 서양화라는 재료에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의 소재와 풍경을 반추상으로 아름답게 그렸다. 그러다가 뉴욕시기에는 완전 추상인 전면점화로 세계적인 화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의 '우주'라는 전면점화는 우리나라 화가 중 가장 비싼 가격에 경매되었다.






장욱진 화가는 자신은 심플하다고 하였다. 그의 단순함은 사물의 본질 속으로 바로 우리가 직진하게 만든다. 일관성과 지속성. 그는 우리에게 친근한 사람,나무,새,가족 등 친근한 소재를 반복적으로 그러면서도 그림마다 새롭게 재구성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한다.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과 같은 그 느낌은 그림 하나하나에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까치는 그의 정체성을 나타내자 새이자 장욱진 그림마다 빈번히 나오는 새다. 까치는 우리나라 세시풍속에 자주 나오는 새로 조상들은 까치소리가 들리면 길조로 여겼다.우리에게 희망과 꿈의 새였던 까치. 그는 어릴 때부터 까치를 친근하게 그렸다.
원본을 보고 있으면 커다란 나무 안에 있는 까치와 초승달이 푸른 색으로 칠해져서 까치가 더없이 고고해 보인다.

서양화 재료에다 동양화의 기법과 민화의 요소가 뒤섞인 재미있는 그림. 수묵효과와 공간의 여백이 여운을 준다.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 이야기는 둥근 원 안에 숨어 있다. 호랑이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는 이야기. 이는 호랑이를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존재로 표현하는 민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수묵효과가 드러나는 그림. 전통회화기법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몰골법으로 선이 없이 붓으로만 그려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구입해서 집안 거실에 걸어놓고 싶은 너무나 따뜻한 그림들.

장욱진 후반기는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먹그림을 많이 그린다. 글짜처럼 그려진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깨달음을 얻은 얼굴.
선종화(선화)을 떠올리게 한다.

도슨트의 작품해설을 들어보는 것은 보다 깊이있게 작가와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바탕이 될 수가 있다.



전시를 다 본 후에는 이렇게 따라 그려보기도 해 볼 수 있다.
경주 예술의 전당 4층 알천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2025.7.1 부터 10.12일까지
월요일만 문을 닫고 매일 열린다.(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개관)
입장료 성인 5,000원. (경주 시민 3,000원. 장애인과 유공자는 무료)
그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에 도슨트 해설이 있다.
너무나 좋은 기회- 경주 여행중에는 이곳을 필수 코스로 정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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