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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에서 가볼 만 한 곳

배론성지를 걷다

by marrige 2022. 8. 6.

배론성지는 우리 나라 에서 두번째로 사제가 된 최양업 토마스(1821-1861) 신부의 묘가 있는 곳이다. 

제천, 원주간의 국도변에 위치한 배론성지는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로, 배론이란 지명은 이 마을이 재한 산골짝 지형이 배 밑바닥 모양이기 때문에 유래하였다. 한자 새김으로 주론(舟論) 또는 배론(徘論)이라고도 한다.

배론에 천주교신자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1791년에(정조15) 일어난 신해박해 이후로 추정되는데 탄압을 피하기 위하여 숨어든 교우들의 은신처가 되었다.

이곳은 구학산과 백운산의 연봉이 둘러싼 험준한 산악지대로 10리만 가면 박달재 마루턱에 오르고, 충주, 청주를 거쳐 전라도와 통하고, 제천에서 죽령을 넘으면 경상도와 통하며 원주를 거쳐서 강원도와도 통하는 교통의 길목이기도 하다.

최양업 신부는 1836년 12월 김대건, 최방제와 함께 중국 마카오로 유학을 가서 신학교육을 받았고, 1849년 4월 15일 중국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귀국 후 11년 6개월 동안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산간 오지에 있는 교우들을 방문하며 목자의 삶을 살았다. 

최양업 도마신부 기념성당 내부. 마침 미사가 없는 시간이어서 고요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1861년 6월 15일 경상도 전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 문경에서 선종하였고, 그해 11월경 교구장 베르뇌 주교에 의해 당시 신학교가 있었던 이 배론에 묻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천주교는 수용 직후부터 서학(西學)·서교(西敎)·천주학(天主學)·천주공교(天主公敎) 등으로 불리어오면서, 정부의 탄압의 대상이 되어 근 1백년 동안 크고 작은 박해가 끊이지 않아 수많은 순교자를 낳았다. 이들이 활동한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의 가톨릭은 많은 성지가 조성되어 있다. 

 

 

계곡과 마주한 배론성당의 전경이 아름답다.

1855년(철종6년)에서 1866년(고종3년)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배론 신학교의 모습이다.

이곳에서의 신학 교육은 라틴어과와 신학과로 나뉘어 있었고, 신학과에서는 수사학, 철학, 신학을 가르쳤다.

성 요셉 신학당은 1855년 프랑스 선교사 메스트로 신부에 의해 설립되었다. 1856년부터 푸르티에 신부(1856-1866)가 교장으로, 프티니콜라 신부(1862-1866)가 교수로 재직하다가 체포되어, 3월 11일 서울 새남 터에서 순교하였다.

성 요셉 신학당은 한국 교회 최초의 신학교 이면서  조선 최초의 근대식 교육 기관이었다는 데에 그 의미가 깊다.

황사영은 정약현의 사위로서 정약종에게 교리를 배워 천주교에 입교하였다. 1801년 신유박해 때 황사영이 중국 북경교구장 구베아 주교에게 당시의 박해상황과 신앙의 자유와 교회의 재건을 요청하는 백서를 토굴 속에 숨어 편지로 썼다. 

황사영의 신유박해의 전말과 그 대응책을 흰 비단에 적어 중국 북경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고자 한 이 밀서는 전달하기로 한 옥천희와 황심이 체포되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황사영 백서 - 아주 가는 글자로 명주천에 쓰여진 이 백서는  글자 수가 122행,1 13,384자다. 원본은 현재 로마교황청 바티칸 민속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행정지명으로 제천현 근우면 팔송정리 도점촌으로 옹기를 굽던 곳이다. 이곳은 한국 초대교회의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와 화전과 옹기를 구워서 생계를 유지하며 신앙을 키워 나간 교우촌이다. 

배론성지는 1911년 경성교구에 속해 있다가 1968년에 원주교구에 속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이면서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신부가 된 최양업 신부의 묘이다. 

성직자 묘소를 내려오는 길...아니 올라가는 길이었던가? 

짙은 산세가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떠했을지를 가늠해 보게 한다. 현재의 시간으로 보면, 넓은 부지가 잘 조성되고 현대식의 건축물로 보기에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전에는 첩첩산중에 모든 이의 삶 자체가 척박하였을 것임을 상상할 수 있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신앙선조들의 정신이 남아있는 배론성지는 가톨릭 신자에게는 기도하는 장소이면서, 신자가 아닌 분들은 아름다운 장소를 산책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즐기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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