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단지에 가면 보문호수만 있을까? 가끔 옆길로 새면 다른 것도 보인다. 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방향으로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 데, 궁금하기는 하였지만 지나쳤다. 내 갈 길 바쁜 데 눈길 닿지 않는 이곳에 일부러 멈출 하등 이유가 없었다. 뭔가 있겠지 그런 정도였다.
오늘 오랜만에 대중음악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주차했다가 바로 옆에 있는 이곳에 한 바퀴 둘러 보았는 데...
정원은 우리가 보는 보통 말하는 공원보다는 넓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깔끔하고 아름답게 정비된 멋진 정원이 있었구나하고 감탄하였다. 단군상이 공원의 중앙 뒤편에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나라 역사가 단기 2333년 + 2022년=4355 년 이런 식으로 익혔던 적이 생각난다. 세계 4대 문명 중 황하문명과 그 역사의 괘가 비슷하다.
보문정이 정원의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7월 초의 날씨가 더워서 그늘이 있다 하여도 덥긴 마찬가지다. 피부에 햇빛이 닿지 않도록 하는 역할 정도 한다. 전국에 비가 쏟아졌다 하던데 포항과 경주는 그런 느낌이 거의 없다.
삼남매를 데리고 부모가 나들이 나왔다. 가장 작은 꼬마는 31개월이라고 하는 데, 아빠가 정자에서 사진을 찍을 때 입을 벌리고 정자위를 보는 표정이 압권이었다. 15살이 되면 그 사진 다시 볼 수 있도록 해라하고 내가 말을 건넸더니 부모가 활짝 웃었다. 걷기를 잘 하는 이 아이는 이제 단어에서 문장으로 이행되는 언어 학습기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못에는 연꽃이 막 피기 시작했다. 저 멀리 정자 옆에 좀 전의 그 가족이 보인다.
정원의 산책로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있다. 짙은 푸르름이 어떤 꽃보다 덜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
물레방앗간이 하나 있는 데, 중학교 시절 나도향의 '물레방아'가 생각이 났다. 물레방앗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물레가 돌아가는 소리에 방앗간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일은 두 사람만의 비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독자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다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허생원도 물레방앗간에서 만들어진 사연을 가슴에 안고 일생을 보내었던가?
정자 처마끝을 바라보며 하늘을 보니 맑기 그지 없다. 가을도 아닌 데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 하다.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무엇보다도 그 자태가 당당하게 보여 내가 좋아한다. 꽃 또한 탐스럽게 풍성하지만 야단스럽지 않고 소박하다.
배롱나무 옆에 철쭉도 꽃을 피고 있었는 데, 계절을 잊었는가. 아님 보문정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아직 남아 있는가.
정자 앞에 소나무 한 그루 단아하고 멋스럽다. 저 소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뭐 별 생각 다 한다.
연못을 다시 바라본다. 정원이 소박해 보이지 않은가. 그래서 더 정겹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도 철쭉꽃이 가지 않고 주저앉아 있다. 좋은 곳에서는 꽃도 떠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저기 연인끼리 부부끼리 산책하는 이들이 보였지만 사진으로는 풍경만 찍었다.
큰 연못 옆에 또 작은 연못. 주위 경관이 초록으로 덮여 있어 시원하게 느껴진다. 실제로는 여름이라 덥다. 봄 가을에는 얼마나 시원하고 휴식을 취하기 좋을까...
아름다운 작은 정원 보문정을 검색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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