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메리 올리버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요.
사막을 가로지르는 백 마일의 길을
무릎으로 기어가며 참회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당신 몸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게 해 주어요.
절망에 대해 말해봐요, 당신의 절망을,
그러면 나도 나의 절망에 대해서 말해 줄께요.
그러는 동안에도 세상은 세상대로 돌아가겠지.
그러는 동안에도 태양과 맑은 조약돌 같은 빗방울은
풍경을 가로질러 가겠지,
넓은 초원과 깊은 나무들을 넘고
산과 강을 넘어서,
그러는 동안에도 맑고 푸른 하늘 높은 곳에서
기러기들은 다시 집을 향해 날아가겠지.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당신의 상상력에 자신를 내맡기고
기러기처럼 그대에게 되풀이 하여 소리치지,
격하고 또 뜨겁게 ······
세상 만물이 모두 가족이고
그 안에 그대의 자리가 있다고.
* 메리 올리버/ 1935~2019. 미국 오하이오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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