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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조각가-문신을 만나다

by marrige 2022. 9. 13.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문신: 우주를 향하여'를 관람하였다. 문신은 1922년 일본 규슈의 탄광지대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와 일본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섯살에 아버지의 고향 마산 땅을 밟은 그는 조모 슬하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열여섯의 나이에 회화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해방과 함께 귀국한 그는 마산과 서울을 오가며 화가로 활동하다가 파리에서 20년간 생활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이에 화가가 아닌 '조각가 문신'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대칭, 정면성, 수직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문신 조각의 형태는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생명 또는 약동하는 생명력 그 자체다.

인생 대부분을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는 고향이나 정착지 어느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낯선 땅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하게 접촉하고 주변을 면밀히 탐색하며 회화에서 조각, 공예, 실내디자인, 건축의 영역에까지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원과 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만물이 원과 선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반복을 통해 미묘한 차이를 지닌 다양한 형태를 창조하는 것에 매료되었다.

- 올림픽 조각공원 조형물

넓은 전시장 4개를 가득 채운 그의 작품 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업적에 경외감을 갖게 된다.

이중섭의 '소'와 어떻게 다른 느낌인가. 소의 근육이 생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운명이든 우연이든 그의 이방인으로서의 삶- 그가 지녔던 자유, 고독, 열정, 긴장은 그의 작품 세계를 민족적 경계 개념을 규정하기 어려운 혼종성을 지니게 하였다.

나는 이런 그림을 좋아한다. 내 마음의 본향인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회화에서 조각으로 영역을 전환하였지만, 회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회화는 우리에게 그의 삶과 예술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준다. 

문신의 자화상. 현실 생활의 체험을 중시한 그는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마산의 풍경과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소박하고 거친 삶, 향토성 짙은 정물을 화폭에 담았다. / 내용의 일부는 전시장 팜플렛을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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