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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게서 배우다(2022년)

소요유10-장자

by marrige 2022. 1. 14.

혜자가 장자에게 말한다.

"위왕이 큰 박씨를 내게 주었소. 내가 그것을 심었더니 자라서 다섯 섬들이의 열매가 열렸소. 여기에 물이나 장을 넣어 보니 물러서 제대로 들 수가 없었소. 그것을 쪼개 바가지를 만드니 펑퍼짐하기만 해서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었소. 정말로 휑하니 크기만 해서 나는 그것을 쓸 곳이 없다고 여기고 부숴 버렸소."

장자가 말한다.

"선생께선 큰 것을 쓰는 법이 정말 졸렬하군요. 송나라 사람 중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 데 대대로 솜을 빠는 일에 종사하였소. 한 손님이 그 얘기를 듣고서 처방을 백금으로 살 것을 제의하였소. 그는 가족들을 모아 놓고 상의하였소. '우리는 대대로 솜을 빨았지만 겨우 몇 금을 버는 데 불과했다. 지금 하루 아침에 그 기술을 백금에 사겠다니 처방을 그에게 내주자.' 이래서 손님은 그 처방을 얻어 오나라 임금에게 가서 유세를 하게 되었소. 

마침 월나라가 침범해서 오나라의 임금은 그를 장수로 삼았소. 겨울철에 월나라 군사들을 물에서 맞아 싸워 크게 패배시켰소. 그 결과 그는 오나라에서 땅까지 봉해 받았소. 손을 트지 않게 하는 방법은 같은데도 어떤 이는 나라의 땅을 봉해 받고, 어떤 이는 솜을 빠는 일을 면치 못하니, 이것은 쓰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오. 지금 당신에게 다섯 섬들이 큰 박이 있다면 어찌하여 그것을 큰 배로 삼아 강호에 띄워 둘 생각은 하지 않소? 그리고는 그것이 펑퍼짐하여 아무 것도 담을 것이 없는 것만을 걱정했으니, 선생은 옹졸한 마음을 지닌 분이구려."

 

- 보통 사람이 너무 커서 쓸 곳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더 큰 안목에서 보면 나름대로 쓸 곳이 있다. 물건의 작용에 대한 기대를 초월할 때, 모든 물건은 제각기 모두 쓰일 곳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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