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인의 세계를 엿보는 것은 책 100권을 읽는 것 보다 더 의미가 있다. 한마디 말에 한 사람의 삶의 흔적이 있고, 작품 하나에 인고의 세월 닦아온 고민의 흔적이 있다. 처음 남령 최병익 화백의 작품을 접했을 때, 압도하는 힘과 에너지에 나는 홀렸다.

남령 최병익 화백은 어릴 때 조부의 가르침으로 붓을 들기 시작해서 그는 전생애에 걸쳐 끊임없이 옛 글씨에서 배우는 가운데 새로움을 시도하여 자신 만의 독창적인 서법을 구현하여 현대화 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의 그러한 시도는 문자도, 난엽체, 미소달마, 조각보 도안과 서예의 조합 등에서 남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수처작주/ 닿는 곳마다 주인이 되다.
내가 서예에서 특별히 본 것은 작품 뒤의 기학학적인 추상화가 빨,노,파,초록의 색을 입고 배경으로 그려진 것이었다. 산인 듯,강인듯, 바다인듯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배경의 기하학적인 추상은 서예의 현대화를 이끈 장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입처개진/ 서있는 곳이 다 참되다. 글씨에 강한 에너지와 생명력이 느껴진다.
서예는 동양의 독특한 필기도구인 붓을 사용하여 글씨를 심미적으로 서사한 것으로 쓰는 방법에 따라 한자의 경우 해서, 행서, 초서, 예서, 전서 등의 서체가 있고, 한글에는 궁체 등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뛰어난 작가들이 나름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서예의 현대화를 이끌고 있다.

선생은 박정희 대통령 숭모비, 경주 예술의 전당 표석, 포항 법원, 상주 백운사 대웅전, 경주 세게 역사 유적 지구 표석 등 수많은 곳에 휘호를 제작하였으며, 대한민국 전통 미술 명장으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예에서 붓으로 오른쪽 획과 왼쪽 획을 대칭이 되게 한 획으로 구현하는 것은 달인의 위치에 오지 않고는 쉽지 않다. 우연히 한 두번은 가능할지라도 이것을 자연스럽게 언제든지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각고의 시간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거지안/ 삶이 편안하다.

시원유명/ 멀리 보고 생각은 밝게 하다

이고득락/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다

무유정법/ 고정된 법은 있는 게 없다.

정사력천/ 정밀하게 사고하고 힘써 실천한다.

산부쟁/ 구름이 가건 오건 산은 다투지 않는다.

대칭을 이루는 글씨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글씨이면서 그림인 듯, 살아움직이는 형태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선가춘풍/ 착한 집에는 봄바람이 분다. 글자들이 대칭을 이루면서 평온한 가정의 모습을 글씨로 구현한 듯 하다

천진/ 맹자왈, 대인이란 어린 아이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천진(天眞) 을 새로운 글씨체로 구현하여 기하학적인 형태의 배경을 바탕으로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한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는 달마대사의 그림으로 또한 유명하다. 깨달음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인가.






막상 남령 화백의 작품 몇 점을 여기에 올려 보았으나 실제로 작품을 봤을 때의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실제 작품을 보았을 때는 작품 한 점 한 점이 소장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명작이다.
* 경주예술의 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스페이스에서 2026.9.8~9.20 까지 전시가 있었으나 그 기간이 지났느니, 다음에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약할 수 밖에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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