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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라

승무

by marrige 2025. 3. 24.

최승희 1911-1967 무용가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여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이냥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 1920~1968 경북 영양

 

-  우리나라 근대화시기 최고의 무용가 최승희

   그녀의 승무를 추는 사진을 보고는

   즉각 조지훈 시인의 '승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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