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말 자체가 설렘이다. 그런데, 뭍을 떠나 섬으로 간다는 말은 또 어떤가. 배가 떠나는 순간부터 바다를 가르는 물살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이 순간에 내 삶이 있음을 진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아무 것도 나를 제어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떠나는 순간부터 마음속으로 속삭이게 된다. 자, 떠난다. 저쪽 바다, 섬으로. 멀리 떠날수록 모든 것이 망상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우주의 모든 것이 티끌에 불과하다는 것을...
외달도에 도착하면서 처음 만나게 되는 벽화. 사랑의 섬 외달도...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건물의 외형이 예쁘기는 한데, 이게 하수처리장이었던가?
길을 걸으면서 보게 된 풍경 하나에 눈길이 가고...
섬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정표. 길도 단순하고, 마을도 작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섬이란 원래 그런거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기 전 언덕위에 서 있는 외달도 교회. 도대체 신자는 몇 분이나 될까....들어가서 목사님과 이야기를 한 번 주고받아 볼까 하다가 지나침....어디에 가나 교회는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있는 것 같다. 하느님의 뜻인가?
20가구 남짓한 마을이 모두 민박장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섬에 작은 마을. 땅은 별로 없고, 조업으로만 생존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니...
둘레길을 걷다보면 이런 대나무 숲을 거치게도 된다....가려진다는 것. 뭔가 내 마음이 푸근해진다. 감싸진 느낌?
울창한 산림 사이를 지나다 보면 이런 하늘이 열린 공간도 보인다.
정말 전부 민박이네....장사가 잘 되어야 할텐데...이것도 여름 한 철일 것이니...
마을 아래로 들어서면 바다를 향해 한옥민박이 들어서 있다. 이곳 주인이 마당을 쓸고 있을 때 들렸음...
한옥민박과 마을이 보이는 풍경...이곳에서 김채취망을 배에다 갖다 붙이는 젊은 부부를 발견하고 허락을 받고 나도 배에 올라타 그 부부와 이곳에서의 생활, 경제활동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는 데, 한 참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헤어짐....도대체 이곳 날씨는 알 수가 없음....더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움....부부가 배 안에서 일을 하면서 내 말에 착착 대답을 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반갑던지....그분들에게 축복이 늘 있기를....
억새밭이 보이고....때때로 나는 갈대와 억새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뭐가 다르지.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둘레길을 걷다보면 검은 자갈밭에 우뚝 선 등대 하나가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데....
여기와서 느낀 것은 동해 앞바다는 끝없는 수평선이 하늘과 맞닿아 하늘인지, 바다인지 어떤 경우에는 구분이 안되는 데,
남도에만 오면 바다 저 건너에는 또 다른 섬이 있구나, 또 다른 육지가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달아나더니, 내가 궁금한지 멈춰서서 생각에 잠겨있다.
벤치에 앉아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세상은 넓은 데, 부질없는 생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사를 멀리 하고 싶어 젊은 시절 육지에서 이곳으로 와 55년을 살고 있다는 70대 한 여자어르신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 데, 그 분은 크고 무거운 호박 앞에 호미 하나를 들고 앉아 계셨는 데, 그래서 살아오신 게 어떠하셨는가 물었더니............